Page 26 - 빌리온G1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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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대 때는 소개팅 대상 경계 1호가 신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
게도 대학 졸업 후에는 단기선교도 다녀오게 되었고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섬기게
되었다. 그 무시무시한 선교단체의 간사가 되다니! 그러면서 20대 후반, 30대 초
반을 보냈다. 이때 간사와 관련된 재미있게 읽었던 김지윤 작가의 「사랑하기 좋
은 날」이라는 책이 문득 떠오른다. 수련회에 그리 열심이고, 교회 생활에 헌신적
인 자매들이 결혼이 잘 안 되는 이유며 여성성을 찾아야 한다는 에피소드 같은 내
용들.
이 책을 보며 내가 너무 전투적이어서 소개팅에 실패하고, 너무 헌신적이서 형
제들이 부담스러워하나 싶어 내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특히 선교단체에 있으니
나의 경계대상 1호들과 만남도 성사되었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확실히 하
면 될 것을, 분명 분위기도 좋았고 식사며 대화도 즐거웠는데 돌아가면 감감무소
식이었던 경계대상 1호들. 용기 내어 다음 만남을 이어가겠느냐? 라고 여쭈어보
면,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기도해 보겠다, 사모감이 아니라는 등, 거절의 이유도
참 신학적으로 정중히 대던 분들이었다.
그렇게 나의 짝을 찾던 시절을 지나, 34세에 결혼도 하고 아이가 둘인 엄마가 되
었다. 남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남자를 만나기 위해 그간의 나의 맘고생이며,
기다림의 결실이라 여겼기에 귀하고 귀히 여기며, 평범한 직장생활하는 형제를 만
나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거형이 되어버린 평범한 직장인이다.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남편이 강도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예비 목회자 사
모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음호 계속...)
G.123_ 26 | 27_2021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