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빌리온G1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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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onary Writer / 합신문학상 가작
82년생 예비 사모(1)
정은혜(재정 간사)
어제와 오늘이 비슷하게 보이는 삶 속에서
주님의 보호하심과 무탈함의 은혜와 감사가 넘쳐나
이제는 사모가 되어야 하나 보다, 받아들여야 하나 보다. 그래도 여전히 사모라
는 타이틀은 부담스럽다. 사모를 서원하고 기도하는 분들도 있으니 조심스럽긴 하
나 나는 절대 사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도 하고 또
이런 사람이 오히려 사모가 된다는데 나는 누구보다도 사모가 되는 것이 싫은 사
람 중 한 명이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사모의 자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는
것이 나의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나의 감수성과 기질 상 사모는 많
은 제약을 가져오기에 참 거부하고 싶은 자리였다. 전형적인 사모의 모습과는 거
리가 있다는 것을 내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느 때나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 남편의 자리, 사장의 자리 등 역할이 주어지면,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와 부
담이 따라오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내 어머니는 사모여서 참으로 많은 직분자들,
성도들의 일종의 타깃이었다. 목사인 아버지는 인상이 좋으시다, 우리 목사님 최
고시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찬양도 은혜스럽다 라는 등 호평이 많은 반면, 왜 그런
지 사모인 어머니에게는 옷을 잘 입으면 잘 입었다고, 못 입으면 못 입었다고 말이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웃어 주고, 내게는 웃어 주지 않는다고, 누구는 예뻐하고 우
리 애는 예뻐하지 않는다 하고, 심지어 기도하며 눈물을 보이는 것조차, 눈치 아닌
눈치가 보이는 위치였다. 궁핍해도 티 내지 못하는 자리였고, 그럴 가능성은 없었
지만 설령 부유했더라도 이 또한 자유롭지 못했으리라. 울어도 웃어도, 성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자리. 투명 유리 어항에 갇힌 금붕어 마냥, 일거수일투족 어
딜 가든 관심을 받는 사모님 자리.
G.123_ 24 | 25_2021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