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빌리온G1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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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버려진 것 같은 고독감이 계속 머리 가운데 맴돌았고 왜 제가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3개월 동
            안 제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수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겁도 점점 더 많아지
            고 마음도 나약해졌습니다. 비록 친구와 가족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위로는
            되었지만, 마음속의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마음속 깊
            이 감추어 뒀던 원망과 고통이 저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그 고통의 기억들은 다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저는 점점
            더 망가져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너덜너덜한 채로 주
            님 앞에 와서 서러운 아이처럼 펑펑 울면서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제일 많이 했던 일은 병문안 온 친구들에게 제가
            겪은 일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준 것이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이렇게
            반복해서 얘기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 일이 마치 먼 일처럼 느껴지기 시
            작했어요. 전에 겪었던 여느 일과 같이 이 일도 그저 과거에 일어난 사고이
            고 제 생명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부르짖으매 나를 고치셨나이다.

                                                                                  –시편 30:2


              물론 지금도 하수도 뚜껑을 보면 겁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 죽음의 공포
            를 느낄 정도는 아니고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금은 다른 기억으로 많
            이 대체되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고통도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며, 그
            리고 기도에는 참으로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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