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빌리온G12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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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저희 가정에 큰 변화가 불어 닥쳤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항

                                 상 중국 선교사역을 위해 기도하셨고 주님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길을 달
                                 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모님께서는 이탈리아의 로마에 중국
                                 인 교회가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셨고 또 한 번 새로운 선교지
                                 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한국에, 부모님은 이탈리아에 그리고 저는
                                 홀로 베이징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25년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던
                                 우리 가족은 이렇게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
                                 었습니다.
                                   2019년 말, 저는 25년간 생활했던 집을 떠나 독립을 해야만 했습니다. 갑
                                 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영원히 안정적일 것만 같던 저의 생활

                                 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독립에 대한 기대는 점점 현실에 대한 두
                                 려움으로 변했습니다.


                                   2019년 말, 어느 폭우가 내리던 밤, 저는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갔습
                                 니다. 너무 깜깜해 앞이 보이지 않아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하
                                 수구에 빠졌고, 순간의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때 기억
                                 나는 건 상처로 인한 아픔과 공포의 적막만 느꼈습니다. 얼굴을 때리는 비

                                 에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온 힘을 다해 하수구를 기어 나오면서 옆구리 쪽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처음으로 느낀 죽음의 공포로 인해 저는 완전히 지쳐버
                                 렸고 결국 탈진한 채로 복도에 쓰러졌습니다. 그때 미친 듯이 기도한 기억
                                 밖에 나지 않습니다. 움직일 수 없었던 저는 구조대에 신고하고 구조대원들
                                 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 밤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어 3달간 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
                                 간이 지나도 그날 밤의 공포와 고통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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