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빌리온 G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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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칼럼 |





                  봄날에 가을을 생각하다



                                                                                김종구 선교사 (대표)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며 철마다 먹던 채소랑 과일생각이 난다. 바깥마당 옆 우물가 밭엔 딸
                  기, 쑥갓, 상추가 있었고, 가지, 오이도 있었다. 열무도 있었고, 땅에서 자라는 호박도 있었고, 토
                  마토, 배추와 무도 있었다. 텃밭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멀리 있는 언덕에는 큰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근처 고추밭도 있었고, 늦가을에 재밌게 수확하던 고구마 밭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
                  니 집안 식구 누군가가 수고하여 심어 놓은 것을 그저 따다 먹었을 뿐 직접 씨앗을 뿌리거나 모
                  종을 심어본 기억은 없다.
                    올봄에 뜻하지 않게 우리 선교사 몇 명과 같이 농사일(?)에 반나절씩 두 번 참여할 기회가 있

                  었다. 겨우 내내 얼어붙었고 지난해 영양분을 다 써버린 땅을 갈아엎는 일이 우선 되었고, 고랑
                  을 만들고, 퇴비를 뿌려주고, 잡초를 막기 위해 비닐을 씌우고, 적당한 거리로 구멍을 뚫고, 거기
                  에 허리를 굽혀 일일이 모종을 심고, 쭈그리고 앉아 모종이 잘 뿌리내리도록 흙을 넣어주며 공
                  극을 메우고, 그리고 물을 뿌려주는 일들이 필요했다. 불과 몇 시간 동안 참여하여 일했는데도
                  그날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팔다리의 근육통(?)이 있었다. 앉았다 일어날 때면 나도 모르게
                  “아이구!”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참으로 기대된다.
                    옥수수, 땅콩, 상추, 오이, 당근, 가지, 고추, 수박, 고구마의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뿌렸으니 수

                  확의 날이 오리라. 옥수수도 삶아 먹고, 고구마도 구워 먹을 날이 오리라.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라”는 말씀처럼 봄철에 하는 일은 기
                  경(起耕)하고, 애쓰고 수고하며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일이다.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도 말
                  할 수 없는 수고와 눈물이 있어야 하리라. 118명의 우리 선교사들은 선교지의 영혼들이 복음을
                  배척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저항할 때에도, 그 영혼들이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오기를 간구
                  하는 눈물의 기도로 마음의 밭을 갈기를 원한다. 성령께서 역사하시어 그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
                  도록, 간청하며 울부짖으며 씨앗을 심는 일을 멈추지 않기를 기도한다.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
                  나님뿐임을 믿고, 다만 씨를 뿌리는 자로 척박한 땅에 부지런히 복음의 씨를 뿌리는 일을 하는
                  ‘빌리온선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게 하실 하나님 아버지를 바

                  라보며 오늘도 눈물로 씨 뿌리는 일을 계속하자.
                    수고하고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으며 선교사역
                  을 감당했던 바울에게 역사하셨던 하나님 아버지께서 전염병의 위험에도 주의 복음 사역에 헌
                  신하고 있는 모든 빌리온의 118명의 선교사에게 복(福) 주시기를 기도한다.


          G.123_ 4 |  5_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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