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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향기 | 선교편지





            C국에서 온 편지(1)



                                                                           류하빈 선교사 (C국)




              만남 그 자체가 은혜임을 체험.
              생전 처음으로 경험한 코로나-19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위기였다. 구정 명절이 지나고 나서
            전국적으로 퍼진 코로나는 특히 선교사들에게 사역과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 그동
            안 다녔던 지방 사역이 근 일 년 동안 막히게 되니, 사역자로서 정체성에 위기가 찾아왔다. 무리
            해서 이곳 목회자들을 모아 성경공부를 다시 시작할까도 고민해 보았지만, 혹시나 코로나 확진
            자라도 생기면 결국엔 추적되어 조사받게 될 것 같아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현지
            교회들도 예배모임이 금지된 상황인데, 선교사가 주체가 되어 모임을 하다가 확진자라도 생기

            게 된다면 현지교회에 타격을 줄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아내가 사역하는 학교에서도 다른 도시로 왕래하는 것을 금지하였고, 이동 경로를 보고해야
            만 했기에 참으로 힘든시간이었다.
              이전까지 동료선교사들과 현지인 동역자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섬기는 그들 또한 내가 지금 겪는 이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어
            디 나뿐이랴.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손발이 꼼짝없이 묶인 상황이니, 일상의 소중함이 그리
            운 요즘이다.
              변방(邊方) 즉 최북단에 치우쳐 있는 지역에 살고 있기에, 전국으로 다닐 때 시간과 비용 면에
            서 애로사항(隘路事項)이 많다고 고충을 동료들에게 하소연했는데, 이제는 어디든 불평 없이

            기쁨으로 다닐 것 같다. 이동의 자유, 모임의 자유, 예배의 자유, 배움의 자유, 그리고 사역의 자
            유 그동안 이게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몰랐다.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던 일상의 평범함…. 지
            난 23년 동안 바쁘게 달려왔던 시간을 잠깐 멈추고 여기까지 이끌어 주셨던 분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분의 섭리라고 생각하니 사역하지
            못함에 대한 죄송함의 짐을 벗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전도서 3장이 생각났다. ‘범사에 기한
            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나에게 지금 이
            시기는 잠잠할 때인 것 같다. 곧 말할 때가 올 것이기에 그분 앞에서 잠잠히 나를 점검하며, 준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소망한다. 이전보다 더 힘차게 복음을 전하며 교회와 이웃을 섬기리라.

                  <기도 제목>
                  1. 우리 부부가 성령 충만하도록.
                  2. 중단되었던 현지교회 예배가 지난 9월부터 시작되었는데, 앞으로 계속 예배드릴 수 있도록.
                  3. 코로나 백신의 보급이 속히 이루어져 사역의 자유를 다시금 누리도록.
 |  13_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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