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동로인 19년 1-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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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기원(起源)의 문제다. 종교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반면에 복음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종교는 인간들이 고안한 것이지만 복음은 하나님의 주도적인 계시에 근거한다. 그래서 종
교는 인간이 꼭대기에 가면 하나님을 만난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사닥다리를 만드는 노력이다. 반면
에 복음은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지옥의 깊이와 진노의 자리까지 내려오셔서 죄인들을 만
나 주신 것이다.
둘째는 목표의 문제이다. 종교는 무덤에 회를 칠하여 희게 보이게 하는 일을 하지만, 복음은 전적
으로 부패한 인간 죄인을 그리스도의 보혈(寶血)로 눈같이 희게 씻어 주는 것이다. 종교는 ‘외적 개혁
(outer reformation)’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복음은 ‘내적 개혁(inner transformation)’을 목표로 한다. 그
래서 복음은 사람을 새롭게 한다.
셋째로 본질의 문제이다. 종교는 좋은 충고요, 교양이다. 반면에 복음은 좋은 소식이며, 영광스러운
선포이다. 복음에는 구원이 있다. 다만 종교에는 고행과 수양(修養)만 있을 뿐이다. 종교는 수없이 많
다. 그러나 죄인에게 구원을 주는 복음은 오직 하나이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본질과 우리의 본성
종교와 복음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기원과 목표와 본질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복음은 인간의 본질을 중생시켜 새사람 되게 한다. 그러나 종교는 인간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그래
서 껍데기에 치중하고 겉모양에 치중하는 일에 열심을 낸다.
혹시라도 우리의 신앙이 복음이 아닌 종교들처럼 되어가지 않는지 경성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본성
과 죄성(罪性)이 우리를 자꾸 종교인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선교지 현지인들의 눈에 선교
사도 종교인으로 비쳐지는 일은 없는지? 나는 열심히 사역하는 중에 이런 오해는 없었을까 하고 두려
운 마음으로 생각해본다.
선교는 단순히 종교를 바꾸는 개종이 아니라, 세계관이 바뀌는 회심의 사건이어야 한다. 이것이 복음
의 본질이다. 본질을 놓치면 모든 것이 헛것이다. 본질을 놓친 바리새인들은 인류의 메시아이며, 나의
유일하신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들의 시선에 예수님은
종교를 역행하는 자요, 종교를 파괴하는 이단아요, 종교의 규례들을 파괴하는 자가 된 것이다.
예수와 바리새인의 시선
종교의 틀로 예수를 바라보는 바리새인은 안식일에 길을 가다가 시장하여 밀 이삭을 잘라 먹는 예수
님의 제자들을 보면서, 또 안식일에 회당에서 한쪽 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도전
하며 시비를 건다. “보시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다.”,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은가요?” 예수님의 대답은 무엇인가? 예수께서 이르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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